따지고 보면 정말 필요가 없는데 너무 가지고싶은 물건들이 있다. 주로 기계적 디자인에 버튼이나 스위치가 잔뜩 달린 물건들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다양한 것을 좋아했고 가지고싶었기 때문이다.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그 물건들을 보면 뭔가 갖고싶고 끌리긴 하는데 왜 끌리는지 몰랐다. 그런데 ‘촉각 감성’과 ‘기계적 디자인’이 키워드란 것을 알고보니 온 세상이 보물로 가득찬 곳이 되어버렸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황학동, 내 꿈의 무대
알리 익스프레스를 보면 가슴이 뛰곤 한다. 그곳은 정말 특수한 직업이 아니면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물건들로 가득찬 인터넷 쇼핑몰이다. 혹은 ‘황학동 거리’같은 곳 말이다. 총, 엔진, 자동차 인테리어, 무전기, 자전거, 전기 자전거, 캠핑용품, 태블릿, 웨어러블 워치 등을 좋아하길래 나는 내가 테크덕후인가?싶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쪽에 재능을 보인 분야가 있었는데,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였다. 상당히 그림을 잘 그리고 기타(guitar)를 빠르게 배우고 연주했다. 디자이너? 아티스트?인가 싶었는데 꼭 그렇게 끌리는 것도 아니었다.
기계쪽이나 손으로 만지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수리공인가?싶었는데 또 그건 어려울 것 같다면서 피해버렸다. 그러다 챗GPT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 틈날 때마다 나는 챗GPT에게 상담(?)을 받곤한다. 내가 한 말에 대한 데이터를 녀석이 수집해서 맞춤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아무리 내가 똑같은 질문을 해도 화를 내지 않아서 즐겨 대화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며 챗GPT에게 징징댔다. 그러다가 녀석이 나를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이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고 기계적 디자인과 촉각 피드백에 큰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계십니다’였다. 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강렬한 호기심과 탐구심
내가 가지고싶은 물건들에 대해서 찬찬히 뜯어봤다. 그 물건의 쓸모는 전혀 없어도 내가 왠지 버튼이나 레버가 많아서 눌러보고 싶고 그 반응을 지켜보고싶은 욕구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호기심과 탐구심히 굉장히 강하다는 증거였다. 특히 물리적, 촉각적 피드백을 통해서 기계적인 반응이 어떻지를 강렬하게 경험하고 싶던 것이었다. 프라모델 조립, 전자기기 분해, 기계식 키보드 수집, 작동완구 수집, 기계적 디자인 사진촬영 및 그림 그리기 등등이 이런 취향임을 알려주었다.
넌 기계공학과가 딱이야!라는 말을 들었지만 싫었던 이유
사실 내 취향은 기계공학이었다. 대학을 입학할 때즘 지인이 말했던 것이다.
‘넌 기계공학과가 딱이야! 너처럼 기계공학이 어울리는 여자애는 없다!’
그런데 속으로 생각했다. ‘아뇨. 넘 어려워요’
문제는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잔뜩 겁을 먹은 것에 있었다. 어려서부터 전자기기를 모두 분해해보고 들여다보는 것을 즐겼다. 서랍을 뒤지면서 버튼이 하나라도 많이 달린 기기들을 찾아내서 뜯어봤다. 그 정도로 좋아한 기계였으나 고치는 방법을 몰라서 부모님한테 혼도 많이 났다. 멀쩡한 것을 뜯어놔서 다 망쳐놓는다며 말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기계의 작동 원리를 알고싶다가도 부담스러웠다. 마냥 두려웠다.
작동 원리를 알면 더 즐길 수 있다고?
그런데 이제는 좀 바꿔보기로 했다. 작동 원리를 익히게 되면 촉각 감성이나 기계적 반응에 대한 만족감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챗GPT의 답변 덕분이었다. 더 깊은 몰입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기계적 조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단순히 수리공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볼때마다 흥미로운 물건들의 작동 원리를 알면 더 변태적으로(?) 촉각 감성을 느낄 수 있다니! 도전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