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ft.김정기 작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 그림을 좀 그린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한번즘 생각해볼 질문입니다.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그 다음엔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지!’라는 생각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게 됩니다.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몇일 전 김정기 작가의 한 인터뷰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작가 김정기에게서 배운 그림에 대한 태도

김정기 작가는 라이브 드로잉의 대가로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3m가 넘는 하얀 도화지를 밑그림도 없이 빠르게 자신의 그림으로 채워나갑니다. 그럼에도 그가 그린 그림은 정말 디테일하고 정교합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고 대기업의 광고 요청을 받으면서 그는 점점 더 유명해졌습니다. 외신에서 주목한 천재적인 아티스트였죠.

안타깝게도 2023년 심장마비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인터뷰 영상과 그림 작업 영상을 통해 많은 팬들은 슬픈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김정기 작가의 열정적인 팬들 중 하나입니다. 제가 김정기 작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마술같은 그림실력보다도 그림을 대하는 ‘그의 태도’ 때문입니다.

김정기 작가의 그림 실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별히 밀리터리, 기계의 구조를 그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눈앞에 있는 기계를 그리는 것같습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냅니다. 개구리 얼굴을 한 병사가 붕어를 꽂은 총을 들고 있다거나 돼지모양의 가방을 들고 있는것 같은 캐릭터들 말입니다. 그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립니다.

좋아하는 일 VS 해야하는 일

세상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림으로 돈을 많이 버는 아티스트들도 많죠. 김정기 작가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가 그림을 향해 가지고 있는 마음때문입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단지 ‘좋아서’ 그리는 것이라고 말하죠.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있지만, 그는 말합니다.

‘내가 좋아서 그리다 보니 많이 그리게 되었고, 많이 그리다 보니 외워졌다’

마치 김연아 선수에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해요?라고 물었을 때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라는 답을 들은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김정기 작가는 그림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어렵게 말하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거창한 예술적인 감상을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드로잉 기법, 구도잡는 법 등을 잘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관심과 관찰입니다. 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는 것일까요? 그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일례로 김정기 작가는 밀리터리 덕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전사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는 밀리터리 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무기, 탱크, 총 등을 그렸습니다. 그는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그렸고 관찰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그림 작업을 하면서 그림을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로잉 기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의 스위치, 버튼, 그립, 구조 등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를 설명하는 것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 가지고 싶은 물건을 그리다 보면 물건의 모양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릴 때 희열감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면 어떻게 하면 더 멋잇게 그려내지?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드로잉 기법, 구도, 빛의 방향 등을 그리면서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알바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직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굳이 먹고 살아야만 할까요? 좋아하는 일은 그저 좋아하는대로 납둘 수는 없을까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납두기로 했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내 맘대로 원하는만큼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하는 일’들을 분류했습니다. 예를 들면, 건강관리, 돈벌기, 집안일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부가적인 일들이고 단지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들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면 그 일에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마치 좋아하는 일을 그냥 하기만 했다던 김정기 작가처럼 말이죠.

김정기 작가가 가진 그의 그림을 향한 열정과 태도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림으로 먹고 살 수는 있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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